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지금도 내가 한 일이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
최초의 기억들
병원치료를 받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아빠
노인에게 음식을 나눠주다
수용소로 끌려간 엄마
군인들의 손에 이끌려 간 정글
10살 소년에게 주어진
몸집보다 큰 총
발포 충격으로 나자빠지는 몸뚱이
그럼에도
다시 총을 든 이유
살아남기 위해
시체를 치우며 아침을 맞는
죽음의 땅
코코넛을 나무에서 떨어뜨릴 정도의
사격실력이면 누구나 군인이 됐다
우리는 살인을 하도록 지시받았고
지시를 어긴 사람은 살해당했다
매일
수십 수백 개의 지뢰를 심고
수많은 전투를 치루는 일상
어린 나에게 전쟁은 악간 무섭지만
재밌기도 했다
총소리는 악기 소리 같았고
폭탄 소리는 드럼 소리와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끝난 전쟁
캄보디아 인국 4분의 1 사망
전체 토지의 80% 경작 불가능
죽음의 땅에서 살아남은 소년이
처음으로 본 정글 밖 세계
대포를 장난감 삼아 노는 아이들
농토에 잔뜩 묻힌 지뢰를 없애다
다리를 잃은 이웃
내가 했던 일이
사람을 죽이고 있다
총 대신 든 막대기와 갈퀴
천 개의 지뢰를 없애면
천 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식구로 맞이한
35명의 고아들
전쟁의 상처를 지우는 데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소년병이었던 남자
아키 라(Aki Ra, 1973~ )
하지만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
꿈속에서 나는
크메르 루즈군, 베트남군과 싸우고
삼촌에게 총구를 겨눈다
그들 모두가 적이었다
꿈에서 깨어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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